연약한 자도 함께 세워준 합신

선우태용/M.Div.3 0 2,147 2014.11.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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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신에서의 첫 날을 기억해보면 그 날부터 하나님께서 은혜의 여정을 시작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계 헬라어 강의를 듣기 위해 수원으로 올라왔던 그 밤, 눈이 부슬거리며 내렸습니다. 길에 떨어진 눈이 조금씩 쌓이자 얇은 얼음이 도로를 덮게 되었습니다. 걷는 것이 불편한 저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순간을 합신의 가장 첫 날에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눈이 오는 날들이 계속된다면 다른 학교를 알아보아야 할까...’, ‘하나님 이럴 거면여기 말고 다른 곳에 보내시지 그러셨어요 하필이면 첫 날부터...’ 제가 있던 본관에서 기숙사까지는 걸어서 2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지만 자그마한 언덕을 올라가야 했기 때문에 도저히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러던 차에 동기 전도사님께서 차를 가지고 오셔서 기숙사에 데려다 주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었을 수 있지만 제게 큰 위로를 주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여러 도움의 손길을 통해서 이곳을 끝까지 다니게 하시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합신의 교과과정은 빠듯하게 짜여있기로 유명합니다. 새벽기도와 강의시간, 저녁 때 면학집중시간. 이러한 것들 중 가장 악명이 높으면서도 끝나고 난 후 보람 있는 것은 계절학기로 열리는 성경원어강의일 것입니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강의를 듣고, 해가 지면 기숙사의 불을 밝히고 밤을 태워가며 원어를 배워나갑니다. 외국어는 영어 하나도 벅찬데 겨울에는 헬라어를, 여름에는 히브리어를 공부하면서 머리는 커지지만 마음은 말라갑니다. 말씀을 바르게 전하고 싶어서 합신에 왔는데 점점 말씀과는 멀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되었습니다. 이때 저를 잡아주었던 것은 함께 공부하던 전도사님들이었습니다. 공부가 힘들지만 목적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다시 힘을 내서 공부하자고 하면서 함께 야식을 시켜먹곤 했었습니다. 저희들은 교회에서 든든한 전도사님, 신실한 전도사님이었지만 학업의 현장에서는 마음이 어려워 괴로워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견뎌나감으로 서로에게 위로를 받았습니다.

    저는 합신에 있는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지병으로 인해 건강이 나빠지면서 약자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강의를 통해 복음의 진수를 듣게 될 때마다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한국교회는 점차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데 성경이 말하는 교회는 그런 교회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괴리감 속에서 다양한 책들을 읽었습니다. 합신의 신학과 대척점에 있는 신학을 찾아보기도 했고 교회의 역사들을 찾아보기도 하였습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좇아가는 것 같아서 포기하려고했을 때 우리의 신학, 개혁주의 신학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꽉 막힌 것 같고, 시대에 뒤쳐진 것으로 느껴졌던 개혁주의가 작금의 한국교회에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바른 신학 위에 교회를 바르게 세우고 그 속에서 바른 생활이 이루어진다면 성경에서 말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나타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느린 것 같은 방법이지만 가장 기초에서부터 확실하게 만들어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흔히들 이야기합니다. 합신 출신들은 그저 학문적으로만 탁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합신은 학문적으로만 탁월하게 만드는 곳이라기 보다는 서로가 세워주고 섬기는 곳이며 삶으로 말씀을 살아내게 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합신에서의 학업과 경건의  훈련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목회자로서 갖추어야 할 학문과 경건을 훈련하면서  주님의 교회를 섬길 수 있는 일꾼으로 자랄 수 있었음을 교수님들과 동기전도사님들, 선후배전도사님들, 직원선생님들 모두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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