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신’, 은혜로 누리고 있는 축복들

전희준/M.Div1 0 6,965 2010.10.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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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학교에 입학하기 1년 전 까지만 해도 단 한 순간도 목회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회사에서 일하다가 제 20대의 10분의 1을 하나님께 드리고 싶어 단기선교를 다녀왔습니다. 그리고는 또 다른 회사에 취직하여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단기선교로 저를 부르셨던 하나님께서 또 다른 소망으로 저를 부르고 계심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어느 순간 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고는 무척이나 당황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고민하며 1년 여의 시간 동안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저뿐만 아니라 제 아내에게도 점점 더 많은 꿈과 소망을 주셨고, 결국 아내의 지지와 격려 속에 신학교 입학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 저는 합신에 입학하고 싶지 않았었습니다. 평소 한국 교회가 여러 교단으로 나뉘어져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안타까웠고, 잘 모르던 당시에는 합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신학교 입학을 결정한 순간부터 담임목사님께서는 제가 합신에 입학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셨습니다. 틈날 때마다 합신이 얼마나 좋은 학교인지를 제게 말씀해주셨고, 합신 입학시험 기출문제집을 사다 주시며 열심히 공부하라고 격려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이 때문에 신학을 결정할 때만큼이나신학교를 결정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합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또 궁금한 점들은 목사님께 여쭤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합신이 다른 학교들처럼 분열을 조장한 학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자리에 연연하지 않은 진정으로 용기 있는 교수님들과, 자신들의 불확실한 미래와 열악한 환경에 개의치 않고 올바른 스승에게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 교수님들을 찾아가 가르침을 요청한 학생들에 의해 탄생한 학교의 이야기를 들으며 합신에서야 말로 진짜 제대로 된 신학,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하는 신학을 공부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 학기 동안의 학교 생활이었지만 지금의 저는 신학을 공부하게 된 것이, 그리고 다른 곳이 아닌 이 곳 합신에서 신학을 공부하게 된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를 이 곳으로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그리고 주위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말씀대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삶으로 보여주시는 참으로 멋있는 교수님들께서 계시다는 것입니다. 학교에 입학하고 난 후 뜻하지 않았던 여러 문제들로 힘들어했었습니다. 여러 문제들로 고민하던 중 교수님들께 상담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어렵사리 교수님 연구실을 노크했습니다. 그런데 어렵게 한 노크는 저만의 착각 때문이었습니다. 교수님들께서는 다음의 노크가 전혀 어렵지 않을 수 있도록 참으로 편안하게 저를 대해주셨습니다. 어떤 교수님께서는 죄송한 마음에 빨리 일어서려는 저를 붙잡고진심으로 경청하시고 질문하시며 제가 더 깊은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고, 어떤 교수님께서는 그 자리에서 제 고민 내용을 적으시며 저를 위해 계속 기도해주시겠다고 하시고 그 후에도 틈날 때마다 그 문제에 대해서 물어봐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모두들 연구와 수업으로 인해 얼마나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계시는지 뻔히 아는데도 마치 목회를 하시는 듯한 심정으로 학생들을 대해주시는 교수님들께 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교수님들이 계시기 때문일까요? 그만큼이나 멋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또 다른 축복이었습니다. 매일 필기한 내용을 커뮤니티에 올려 다른 동기들에게 도움을 주는 친구들, 시험 때면 누구보다 먼저 좋은 자료를 찾아 공유하는 친구들, 다른 사람들 모르게 형편이 어려운 친구의 이런저런 회비들을 대신 내주는 친구들, 자신이 받은 장학금을 자신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친구를 위해 기꺼이 내놓는 친구들을 보며 이런 사람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사실이 참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바쁜 학사일정에도불구하고 새로 들어올 신입생들을 위해 매일 기도하며 신입생맞이 준비에 바쁜 선배들을 보며 내가 이런 선배들의 기도와 노력의 복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과 얼굴은 모르지만 내년에, 내후년에 이 곳에서 만나게 될 후배들이 얼마나 복된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큰 축복은 이런 교수님들과 또 학생들과 함께 제대로 된 신학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하나님께서 목회와 선교의 마음을 주셔서 신학교에 입학은 했지만 학문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사소한 것 하나까지 성경으로 돌아가 성경대로 살자는 개혁주의 신학의 깊이와 넓이를 접하면서 미래의 제 진로와 관계없이 신학을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죽기 전에 하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일’ 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에게 학문뿐 아니라 학문의 자세를 가르쳐주시려 애쓰는 교수님들이계시기에 때론 배우면서 때론 스스로 연구하면서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기쁨과 재미가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이런 축복들에 더하여 하나님께서는 입학 후 얼마나 신실하게 저를 도우셨는지 모릅니다. 제가 신학교에 입학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동안 연락이 뜸했던 후배가 이유불문하고 저를 후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자신의 약함을 발견하고 목회자의 자질을 고민할 때마다 사랑하는 제자들이 저를 위해 기도해주고 격려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길을 걸어가면서 이전보다 더 깊이 아내와 같은 마음을 품게 되었습니다. 늘 저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가족의 사랑 때문에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그렇게 도우시는 하나님을 경험했기에, 돌이켜보면 학교오기 전의 제 초점은 ‘3년 후’에 있었습니다만 지금 제 초점은 ‘3년 동안’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 3년 동안 학교의 이념대로 바른 신학을 배우고 바른 생활을 살아내어 바른 교회를 만들어 가는, 이 시대에 필요한 진짜 사역자로 자라가는 것입니다.

   지난 한 학기와 동일하게 행복한 3년이 기대되는 합신으로 인도해주시고 채워주시고 넘치게 부어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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